무념무상의 적!!!/정치는 삶이다.

문재인 후보가 걸어온 길 24-29

밥빌런 2020. 7. 15. 19:44

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상주 문재인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지,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대통령의 참혹한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본 내가 사태 경과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었다. 

 

 나 자신부터가 밀려드는 자책감을 견딜 수 없는 마당에 내가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상황이 더더욱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장사지내는 상주가 되어야만 했다. 시신확인에서부터 운명, 서거발표, 그를 보내기 위한 회의주재까지, 나 혼자 있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 그렇게 길고 긴 5월 23일 하루가 넘어갔다. 내 생애 가장 긴 하루였다. 그날만큼 내가 마지막 비서실장을 했던 게 후회된 적이 없었다.

 

 그분이 혼자만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마지막 결심을 굳힐 때까지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함께 있어드리지 못했다. 유서를 처음 본 충격이 어느 정도 가셨을 때 나를 못 견디게 했던 건, 이분이 ‘유서를 언제부터 머리에 담고 계셨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다듬을 수 있는 글이 아니므로 대통령은 아무도 몰래 머릿속에서 유서를 다듬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는 첫 문장은 나머지 글을 모두 입력한 후에 추가로 집어넣은 것이었는데, 그답게 마지막 순간에도 스스로의 유서를 다시 읽고 손을 본 것이다.

 

 대통령이 마지막 얼마동안 머릿속에 유서를 담고 사셨으리라는 생각은 지금도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나는 지금도 그분의 유서를 내 수첩에 갖고 다닌다. 별 이유는 없다.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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