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정치보복
이 시기를 떠올리는 것은 지금도 고통스럽다. 온갖 회한이 가슴을 짓누른다. 워낙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일이 많아 한때는 법률적 대응 외에 정치적 대응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정치적 저의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면서 정면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귀 기울여 주지 않으리라는 판단과 더 혹독한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해 오직 인내하면서 철저하게 법률적으로만 대응하려 했다.
그러한 우리의 판단이 과연 옳았던 것인가…. 대통령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대변하면서 정면으로 부딪혀 보았더라면…. 물론 그랬으면 더 나았을지, 대통령이 더 후련해 하고 더 힘을 내게 됐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모든 것을 당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려 했던 대통령의 속마음 알았으면 우리라도 몸부림을 쳐봤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후회가 많이 남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전국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단히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다. 참여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이명박 정부와 당국자들의 발언이 연이어 터져 나와 마음이 상했을 텐데도 그는 언제나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고 배려했다. 촛불시위의 배후로 우리를 의심했다는 얘기를 한참 후에 듣고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고 피해의식이라 생각했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이미 정치보복의 칼끝이 우리를 향해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 시작은 참여정부 사람들에 대한 뒷조사였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와 이병완 전 비서실장,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주변 인물들을 대놓고 잡아들이며 약점을 캐고 있다는 애기가 속속 들려왔다.
그리고는 슬슬 대통령에게 칼끝이 겨눠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싸고 망신주기가 시작됐다.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기고 이관한 대통령을 ‘기록물을 빼돌린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코미디였다. 내가 그쪽의 류우익 비서실장과 통화해 사실관계를 설명해 주기도 했고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그쪽 김백준 총무비서관에게 보충설명을 상세히 해줬다. 그땐 그 사람들도 우리 설명을 듣고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 기록물을 제대로 열람할 수 있도록 방도만 마련하면 간단히 풀릴 사안을 두고 일을 풀려고 하기는커녕 사건을 만들어 가는 방식을 택했다. 야박하게도 중대한 위법행위인양 몰아갔던 것이다.
워낙 법률적으로 명명백백한 사안이어서 법률적 시시비비를 단단히 따져볼 애초의 생각을 접고 대통령은 결국 그쪽이 요구하는 아주 굴욕적인 방식으로 백기를 들었다.
이일을 겪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확실히 챙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진심이 아니며, 이전 정부 탓으로 떠넘기는 정치적 차원을 넘어 상당한 악의를 갖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확연히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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