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시골생활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에서, 나는 양산에서 각각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 봉하는 연일 방문객들로 넘쳐났다. 방문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대통령을 불러냈다. 그들을 상대로 친환경 농업, 숲 가꾸기, 화포천 살리기 등을 주제로 얘기하는 대통령의 얼굴엔 그렇게 생기가 넘칠 수 없었다.
또한 대통령은 소박한 시민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뭔가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구상했다. 나는 양산에서 있으면서 가끔 봉하에 들렀다. 격식을 갖출 필요가 있는 자리에 배석하기도 하고 공식행사에 수행하기도 했다. 갈 때마다 좋았다.
양산에서 꾸려가는 내 생활도 만족스러웠다. 비록 집수리가 덜 돼서 거의 한달 반가량을 계곡 옆 별채의 단칸방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며 세수는 계곡에서, 볼 일도 밖에서 해결하는 유배생활이었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개와 고양이, 닭의 먹이를 챙겨주고 똥을 치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 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운동보다는 노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서툰 농사꾼의 생활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봉하와 양산의 이런 소박한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작조차 못했거나 흐지부지된 대통령의 구상들, 봉하에 방문객들이 날로 넘쳐나는 현상, 퇴임 이후 인기가 더 올라가는 기이한 대통령-이런 일들이 하나같이 이명박 정권에게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이후 시작될 불행한 사태의 전조였다. 그러나 그때까지 우리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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