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의 적!!!/정치는 삶이다.

문재인 후보가 걸어온 길 13-29

밥빌런 2020. 5. 29. 06:50

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히말라야로 떠나다

  2004년 2월 12일, 나는 민정수석을 사퇴했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총선에 나가야 한다는 ‘징발론’이 당에서 제기되었다. 이해 할 수 있는 요구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원칙주의를 불편해 했던 당의 인사들이 차제에 나를 청와대대에서 내보내려는 의도도 일부 깔려 있었다. 

 

 출마에 뜻이 없었던 나는 아예 민정수석 직을 그만두기로 했다.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사의를 표명하고 2004년 2월 12일에 정식으로 민정수석을 사퇴했다. 청와대 들어온 지 1년 만의 해방이었다. 대통령과 안에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처럼 꿈같은 자유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히말라야로 트래킹을 떠났다. 안나푸르나가 목적지였다. 해발 3,500까지 올라서 산간마을을 순회하는 코스를 택했다. 체력이 형편없이 떨어져서 아주 고생을 했다. 포터를 한 명 고용했는데 자그만 체구의 그가 혼자 짐을 다 지고 가는 것이 안쓰러워 10kg쯤 되는 짐을 떠맡았다가 트래킹 내내 어찌나 무거운지 죽을 고생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남자의 체면이 있지, 하는 심정에 중간에 되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내에게 지울 수도 없어서 참 힘들었다. ‘사서 고생’, 딱 그 경우였다.

 

 

 그리고 이 트래킹 여행 중에 담배를 끊었다. 땀 흘리며 산길을 걷다가 전망 좋은 곳에서 쉬면서 피우는 담배의 꿀 같은 맛을 잘 알고 있어서 무척 아쉽기는 했지만, 워낙 공기가 깨끗해서 그곳에 담배연기를 내뿜는다는 게 죄를 짓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가 있었다. 트래킹 내내 그렇게 힘들었던 데에는 아마도 금단증세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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