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연애, 그리고 결혼
아내와 나는 대학 시절 법대 축제 때 파트너로서 처음 만났다. 서로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한동안은 고작 눈인사나 나누는 숙맥들이었다. 그러다 75년 4월 시위에서 내가 최루 가스에 실신해버렸을 때 아내가 간호를 해 주었던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첫 번째 구속이 되었을 때, 걱정이 돼서 면회를 왔다는 아내는 면회시간 내내 신문을 접어 안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 모교인 경남고등학교가 무슨 전국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기사였다. 감옥에 갇힌 내가 기뻐할 만 한 일을 궁리하다가 야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그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단들, 시국사건으로 구속된 처지에 그 소식이 무어 그리 절실했을까. 하지만 아내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귀여웠고 나는 두고두고 그 일을 생각하고 웃음을 짓고는 했다.
아내는 그 후로 내가 강제 징집 당했을 때는 군대로, 제대 후 고시 공부를 하고 있을 때는 또 그곳으로 면회를 다녔다. 아내는 우리의 연애사(史)를 면회의 역사라고 말하곤 했다. 언젠가 아내에게 내가 경희대에 가게 된 것은 오로지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였나 보다고 말하는 것으로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은근히 표한 적이 있었다.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장인장모님께 첫인사를 드린 건 군대시절이었다. 평일 날 열리는 아내의 졸업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창 갈 각오를 하고 가짜 외출증을 끊어 달려갔다. 군복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불쑥 나타난 나를 보고 그분들은 ‘경악’했다고 한다. 첫 인사를 드린 장면 치고는 참 거시기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사랑에 눈멀면 이런 일 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법연수원 시절, 적은 월급이었지만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7년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을 했다. 첫 애도 이 시절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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