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뇌물 받지 않은 의원(한보사태)
한보사태 정세균 하면 생각보다 여러 글들이 나온다.
내가 본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스크랩 해놓는다.
“정세균은 청렴 자랑보다 문제의 근원에 천착하는 큰 인물”
초선 의원으로 활동하던 1997년 4월 12일에 한보 사태 특별 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이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자금을 다 건넸지만 유일하게 안 받은 인물이 정세균 의원이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돈 가방 전달 사건이다.
당시 한보는 한보철강 건설에 필요한 부족자금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기 위한 로비의 일환으로 국회 재경위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돈 가방을 돌린 것으로 보도됐다. 국회의원들이 그 돈 가방을 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단 1명의 예외가 있었다. 초선의원이던 정세균 의원만이 돈 가방을 거절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신문에도 크게 보도됐다. 어쨌든 그 사건으로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정 의원은 일체 거절했다. 어찌어찌 한 신문사가 겨우 인터뷰에 성공해 내용이 알려졌다. 내가 놀란 것은 정 의원이 돈 가방을 거절한 사실이 아니라 그 인터뷰 내용이었다.
“돈 가방을 거절한 것은 내가 청렴해서라기보다 초선으로서 돈의 필요성을 덜 절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2선이나 3선 의원이었다면 현재의 정치풍토상 그 돈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받지 않았다 해서 돈을 받은 다른 의원보다 더 청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받은 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풍토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매도하기 보다는 많은 돈이 필요한 정치풍토를 바로 잡는 일이다. 똑똑하고 비전 있는 젊은이들이 돈 걱정이나 부패에 빠질 위험 없이 정치에 입문하고 포부를 펼 수 있는 그런 정치풍토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친구가 본 정세균>, 조기준(수원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교수)
읽으면서 상당히 놀랬던 부분이다.
왠만한 정치인이라면 이런 일을 홍보하려고 혈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되려 감추었고 간신히 인터뷰 기사 하나 남아 있을 뿐이다.
자신이 잘나서 안받은게 아니라 현실정치 3선쯤 되었다면 받았을 거란 말은
내게 좀 큰 충격이다.
이런 인물이 그 시절! 돈 선거가 일반화 되어 있던 시절에 이런 행보를 보일수 있었다는 것은 놀랍다.
괜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중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추가로 어디서 줏어온 글!
1996년도 초선 의원 시절의 일입니다. 국회 재경위원회에서 국정감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모 대학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보그룹의 임원인 선배였습니다. “이게 틀림없이 무언가 청탁이 있는가 보다.”고 생각했지요. 그래도 정치인의 귀는 열려 있어야 하고 가려 만날 때도 아니어서 일단 만나기로 했습니다. 팔래스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만나서 한보그룹에 얽힌 자기들 사정을 설명하길래 그 설명을 들었지요. “잘 들었습니다.” 하고 나오려는데 종합선물세트 박스를 주는 것입니다. 극구 사양을 했는데도 계속 강권하길래, “만약 내가 이걸 받으면 무엇이든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강요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뿌리치고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후 한보사태가 터지고 한보그룹 국회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정태수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어요. 의원들이 정태수 회장에게 누구에게 로비를 했느냐고 물었지요. 정태수 회장은 많은 사람한테 로비를 했고 불법정치자금도 줬다고 답하면서, “누구한테 줬는지는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제공한 자금을 거부한 사람은 한 명 있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세균입니다.” 당시 언론에서 인터뷰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지요. 다 거절했어요. 내가 무슨 도덕적으로 우월해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당연한 일을 기사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주 간담이 서늘하긴 합니다. 상자를 받았으면 그건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라 종합독약세트가 됐을 겁니다. 큰 망신을 당했겠지요. 정치도 오래 못했을 겁니다. 그때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검은 돈이 아예 접근을 안 합니다. 정치인으로는 굉장한 행운 이지요. |
#정세균, #한보사태 #청렴